“임신하면 영양제는 무조건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로 특정 영양제는 임신 중에 양을 줄이거나 아예 피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비타민A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영양제를 조심해야 하고, 왜 그런지 짚어보겠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임신 중 영양제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세요.
비타민A, 왜 임신부에게는 예외일까
비타민A는 크게 동물성 식품이나 보충제에 들어있는 ‘레티놀(예비 형성 비타민A)’과 채소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레티놀 쪽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임신 초기(1분기)에 하루 10,000IU를 넘는 레티놀을 섭취한 경우 기형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베타카로틴은 몸이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A로 전환하기 때문에 같은 위험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레티놀 과다가 문제되는 이유
과량의 레티놀은 태아의 중추신경계, 심장, 두개골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여드름 개선을 목적으로 판매되는 고용량 비타민A 보충제나 종합비타민을 여러 개 겹쳐 먹는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권고 상한선을 넘기기 쉽습니다.
라벨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제품 라벨에서 ‘비타민A(레티놀)’과 ‘베타카로틴’이 구분되어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임신부용으로 나온 종합비타민이라도 제품마다 비타민A 함량과 형태가 다르므로, 별도로 비타민A 단일 보충제나 피부 관련 보충제를 함께 먹고 있다면 중복 섭취가 되지 않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임신 중 필요한 영양제는
비타민A와 달리 엽산(비타민B9), 비타민D, 철분, DHA 등은 임신 중 부족하기 쉬운 대표적인 영양소로 여러 산전관리 가이드라인에서 권장되고 있습니다. 즉 “임신 중 영양제는 다 조심해야 한다”가 아니라, 성분별로 필요한 것과 과잉이 문제가 되는 것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현재 먹고 있는 모든 영양제(종합비타민, 피부/헤어 보충제, 오메가3 등)를 목록으로 정리해 산부인과 진료 때 함께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특히 레티놀 함량이 표시된 제품은 하루 총합이 10,000IU를 넘지 않는지 확인하고, 애매하다면 담당 의사나 약사에게 직접 문의하시길 권합니다.
IU와 mcg, 헷갈리기 쉬운 단위 변환
비타민A 라벨을 보면 어떤 제품은 IU(국제단위)로, 어떤 제품은 mcg RAE(레티놀 활성당량)로 표기되어 있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대략적으로 레티놀 1mcg RAE는 3.33 IU에 해당하므로, 앞서 언급한 10,000 IU는 약 3,000 mcg RAE에 해당합니다. 국내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의 임신부 비타민A 상한섭취량도 mcg RAE 단위로 제시되어 있어, 해외 직구 제품(IU 표기)과 국내 기준을 비교할 때는 반드시 단위를 통일해서 계산해야 정확한 비교가 됩니다.
허브 성분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타민A뿐 아니라 “천연 허브”라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오해하기 쉬운 성분들도 있습니다. 블루코호시, 승마(블랙코호시), 당귀(당귀차), 페니로열 같은 허브는 자궁 수축을 유발하거나 조산·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블루코호시가 임신 중 사용 시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의료진 감독 하에서만 사용해야 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처방전 없이 판매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천연”이라는 표기가 임신 중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PubMed – Safety and Efficacy of Blue Cohosh During Pregnancy and Lactation)
임신부용 제품을 고를 때 확인할 체크리스트
임신부용으로 표시된 종합비타민이라도 브랜드마다 비타민A 함량과 형태(레티놀 vs 베타카로틴)가 다르므로, 라벨에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허브 성분이 첨가된 “임신 지원” 제품이라면 어떤 허브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 허브가 임신 중 사용에 대한 안전성 자료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실하지 않다면 허브가 첨가되지 않은 단순한 제품을 선택하고, 담당 산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필요한 성분만 추가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철분·요오드도 임신 중 기준이 달라집니다
비타민A와 반대로, 철분과 요오드는 임신 중 오히려 요구량이 크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영양소입니다. 태아와 태반 형성, 혈액량 증가에 쓰이기 때문에, 일반 성인 기준의 영양제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철분도 과다 섭취 시 변비·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이 흔하고, 요오드 역시 과다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 중이니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임신부용으로 설계된 함량을 기준으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기 검진에서 빈혈 여부를 확인하면서 용량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접근입니다.
수유 중에도 기준이 이어집니다
비타민A에 대한 주의는 출산 후 수유기에도 상당 부분 이어집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는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될 수 있어, 수유 중에도 고용량 레티놀 보충제나 여드름 치료용 고용량 비타민A 제품은 피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반면 베타카로틴 형태는 수유 중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경우가 많아, 임신 중 지켰던 원칙을 수유 기간까지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임신 계획 단계부터 미리 점검하세요
비타민A로 인한 위험은 주로 임신 초기(1분기)에 집중되는데, 이 시기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배아의 주요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가 임신 3~8주 사이여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위험 노출이 끝난 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임신 사실 확인 이전부터 미리 고용량 비타민A 제품이나 여드름 치료제(이소트레티노인 등 레티노이드 계열 약물 포함)를 정리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는 처방약 차원에서도 임신 중 절대 금기로 분류되어 있어, 가임기 여성이라면 이 약을 처방받을 때 반드시 피임 여부를 함께 확인받는 것이 일반적인 진료 절차입니다.
비타민A는 ‘많아도,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국제학술지 Am J Nephrol에 발표된 동물실험 연구에서는, 임신 전부터 비타민A가 부족했던 어미 쥐에서 태어난 새끼일수록 신장·요로계 발달 이상(선천성 요로계 기형)이 더 많이 나타났고, 임신 중 적정량의 비타민A를 공급하자 이런 이상이 일부 완화되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이 연구는 “비타민A는 임신 중 무조건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는 오해를 바로잡는 근거가 됩니다. 앞서 다룬 레티놀 과잉의 위험과 마찬가지로 결핍 역시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은 ‘극단적으로 피하기’가 아니라 ‘적정량을 유지하기’입니다. 임의로 종합비타민 자체를 중단하기보다, 함량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의료진과 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충제 라벨의 상한선, 왜 자료마다 다르게 보일까
비타민A 상한섭취량을 찾아보면 기준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의학한림원(IOM)이 제시하는 성인(임신부 포함) 상한섭취량은 하루 3,000mcg RAE(약 10,000IU)로, 이는 음식과 보충제를 모두 합친 총 섭취량 기준입니다. 반면 일부 산과 임상 리뷰에서는 보충제만으로 섭취하는 비타민A는 하루 3,000IU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두 수치가 다른 이유는 평소 식사에서도 간, 계란, 유제품 등을 통해 비타민A를 상당량 섭취하기 때문입니다. 즉 보충제 라벨의 숫자가 상한선보다 낮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보다, 평소 식습관까지 고려해 총량을 따져보는 것이 정확한 접근입니다.
엽산은 “임신을 확인한 후”가 아니라 “계획하는 시점”부터
태아의 신경관은 임신 3~4주(수정 후) 사이에 닫히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는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전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산과 가이드라인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하루 400~800mcg의 엽산을 미리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신경관 결손 가족력이 있거나 항경련제를 복용 중인 경우에는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할 수 있어 별도 상담이 필요합니다.
DHA와 철분, 구체적으로 얼마나 필요할까
비타민A와 반대로 적극적으로 챙겨야 하는 대표적인 성분이 DHA와 철분입니다. 여러 산과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신 중 DHA를 하루 200~300mg 정도 섭취할 것을 권장하는데, 이는 태아의 두뇌·눈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메가3 보충제를 고를 때는 총 오메가3 함량보다 그중 DHA가 실제로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라벨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분의 경우 임신 중 요구량이 하루 27mg 수준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 성인 기준의 종합비타민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모든 임신부에게 동일한 고용량 철분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산전 혈액검사에서 빈혈 여부를 확인한 뒤 용량을 조정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철분제는 앞서 다룬 것처럼 커피·차와 함께 먹으면 흡수가 떨어질 수 있어 시간 간격을 두는 것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산전 진료 때 이렇게 정리해서 가져가면 좋습니다
현재 먹고 있는 모든 제품(종합비타민, 오메가3, 철분제, 유산균, 허브 성분이 든 건강식품)을 이름과 하루 섭취량까지 적어서 목록으로 만들어두면, 짧은 진료 시간 안에서도 비타민A 과잉이나 결핍, 허브 성분의 위험성, 엽산·DHA·철분의 충분한 섭취 여부를 한 번에 점검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동시에 먹고 있다면 성분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목록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복 섭취를 걸러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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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Vitamin A and Pregnancy: A Narrative Review (2019)
- Vitamin A-Mediated Birth Defects: A Narrative Review (2023)
- Risk of Birth Defects From Vitamin A “Acne Supplements” Sold Online (2021)
- Vitamin A Deficiency Disturbs Ret Expression and Induces Urinary Tract Developmental Abnormalities in Mice (2025)
- Influence of Mineral and Vitamin Supplements on Pregnancy Outcome (2012)